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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11-07 11:07
[약스압] 'X 생태 보고서' 1~3편
 글쓴이 : ropgxhn2767
조회 :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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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장하는 모든 사진, 인물, 이름, 지명, 배경은 사실과 무관합니다.


 


 


 


 






 



X생태 보고서


 


: 살인마, 돌아이 거기에 왜 하필 나?


 


<1>


 


 


요함은 터무니 없다. 생떼를 부리지도 화를 내지도 않지만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재주를 가졌다. 사실 나란 인간은 그런 고요에 꽤나 익숙해진 부류의 사람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양심에 입각하여 최소한 그런 척이라도 해야한다는 중압감에 빠져 있었다.



 


드르륵



 


사내가 낡은 타자기의 먹지를 갈아 끼웠다.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이지만 흔히 보던 한 대 태우시겠습니까?’ 같은 친절은 없었다. 조금 전 먹은 설렁탕을 아쉬운 듯 바라보며 이에 낀 고춧가루를 떼어내는데에 집중하는 모습에서 약간의 무신경함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어딘지 소외된 느낌? 다행히 사내는 곧 앞니 정 중앙에 끼인 붉은색의 파편을 떼어내는데 성공했고 이내 손가락을 튕겨 늦은 점심의 증거물을 은폐한다. 그 순간 그와 나의 시선이 맹렬히 마주했다. 보통 상대를 빤히 바라보는 것은 충분히 실례가 될 만한 일이지만 이 곳만은 예외다.


경찰서, 팽팽한 기 싸움 정돈 예사로 이루어지는 곳이 아닌가?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 이창주씨?”


 


뿌드득깍지를 낀 채 팔을 뻗고, 피곤한 손마디를 푸는 동작이 흡사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그의 표정은 연극표를 손에 든 관객이나 유명 작가의 신간을 구입한 애독자의 그것처럼 보였다.


나는 조용히 기도했다.


겉으로 보이는 여유 만큼이나 그가 가진 이해의 폭이 넓길, 그리하여 어떠한 이야기를 들어도 놀라거나 노여워하지 않고 쉬이 받아들이길.


그로인해 부디 나에 대한 불필요한 억측이나 오해 또한 없길...


바라마지 않았다.



 


* * * * * * * * *



 


이름은 이창주, 이하 편의를 위해 A라고 하겠다. 평범한 소시민이자,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의 유일한 아들이자, 납세에 충실한 평범한 직장인이다. 30년이란 긴 세월을 살아왔지만 지나온 날들을 모조리 나열해도 특이점이라곤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는... 아니 대체 무슨 이유로 살아가는지 조차 알 수 없는, 그야말로 평범의 극치를 달리는 보통중의 보통 사람이다.


째깍째깍쉼 없이 움직이지만 누구도 그 존재를 알지 못하는 시계 속 작은 부속품처럼 말이다.


그런 내 인생에 조금이나마 특별한 것을 대라면 아마도 유일(唯一)한 여사친(여자 사람 친구)인 도아이(이하 B)와 몇 년전부터 동거를 시작한 동성친구 X의 존재였다.


여사친 B가 태어날 때부터 옆 집에 살았고, 이웃이었던 부모님 간의 사이가 돈독했으며 이성적으로 끌릴만한 매력이 전혀 없어 편안한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비록 동성이긴 하지만 나와 X의 관계는 그 시작부터가 모호한 애매함의 극치였다.



 


나 오늘부터 여기서 같이 지내도 되냐?”



 


그다지 친한 관계라 여기지 않았던 X가 갑자기 짐을 싸들고 나를 찾은 건 정확히 3년 전의 일이었다. 얼굴 정도는 아는 사이지만 친분이 있던 것은 아니어서 약간의 당혹감쯤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갑작스런 방문자를 맞이하며 예의 하게 마련인 무슨 사정이 있나? 며칠 머물다 가겠지.’와 같은 뜨뜨미지근한 애매함이 있었다.


게다가 난 부모님이 사고로 한꺼번에 돌아가신 후 혼자 살기엔 너무 넓은 집에서 적적함을 느끼고 있던 차였다.


하지만 그게 벌써 3년이다. 제 아무리 무던하고 무신경한 나라해도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어느덧 X는 내 집을 제 집 마냥 살고 있었고, 방 하나를 제 몫으로 온전히 차지한 것은 물론 냉장고며 창고며 지하실이며 비어있는 곳만 보이면 제 물건들을 가져다 채워넣는 뻔뻔함까지 보였다.


싫은 소리 한 번 하지 못 하는 우유부단한 성격의 나도 그런 X의 무신경함엔 슬슬 지쳐가고 있었고, 언젠가 한 번은 따끔한 말을 해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터였다.


마침 그때, 유일한 여사친인 B가 나를 찾았다.


오랜 친구의 방문은 나로 하여금 믿을만한 카운슬러의 방문처럼 여겨졌고 흔쾌히 마음의 빗장을 열어 쌓여 있던 불만을 쏟아내는 시간을 만들었다.



 


“X? 그 키 크고 잘 생기고, 목소리는 여자들이 뻑 간다는 목욕탕 울림의 중저음을 구사하며, 적당히 빗어 넘긴 연 갈색의 곱슬 머리조차 멋스럽다는 그 친구? 너랑 함께 있으면 누가 집 주인인지 오해하게 만들 뿐러 종종 너를 이 집 종 놈이나 바퀴벌레처럼 보이게 만든다는 그 신종 해충 제조기?”


“B...”


? ?”


나 조금 언짢다.”


쿨 한게 또 내 매력이잖니!”



 


B는 예의 그 쾌활한 웃음을 터트리며 눈치 없이 내 팔을 두드렸다. B의 버릇이었다. 재밌고 즐거우면 곁에 있는 사람을 때리는 것, 그래도 머리까지 때리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우유부단한 성격은 이럴 때 참 좋다. 화를 낼까 말까 고민하다 결심을 굳히기도 전에 감정이 사그라든다.


그때 ㅇㅇㅇ 했어야 하는데같은 후회만 하지 않는다면, 종교인으로서나 인격자로선 분명 지대한 장점임에 틀림 없다.


여튼 난, 그 우유부단함의 과도기적 지점을 지나고 있는 X와의 동거에 대해 논해야 했다. 타인의 험담을 즐기진 않지만 B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고 우군을 만든다는 행위는 타인의 동조를 얻어냄으로써 심리적 안정에 기여하는 바가 컸다.



 


그러니까... X와의 동거 자체엔 크게 불만이 없는데, 요컨대 라이프 스타일이 안 맞는다 이거지?”



 


역시나 여사친 B의 화법은 심플했다. 장장 45분이나 이어진 긴 열변의 앞 토막 중 ‘X랑 같이 사는게 싫다는 것 보다는 나의 쫌스러움을 포장하기 위한 그러나 이후 계속 된 X에 대한 험담을 통해 싫은게 아닌게 아니지만 아니라고 해서 아닌건 또 아닌을 간단히 불만 없음으로 정리하고, 이후 끝없이 열거된 X의 단점들을 라이프 스타일의 차이로 귀결하는 재주는 실로 놀랍기 그지 없었다.



 


이 년... 귓구녕이 막혔나?’



 


문득 유년시절 팔랑거리는 내 고막을 간질이던 B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떠올랐다.



 


돌아이 그것도 상 돌아이



 


새삼스러울 건 없었다. 학교 앞 자판에서 산 병아리 삼천원어치를 제 집 3층 옥상에서 날아봐 어서!’하며 날린 것이나, 병아리가 날지 못하자 부러진 다리로 삐약거리는 그것들 위로 홧김에 나를 밀어버린 일 - 그래 기억난다. 아주 생생히! 나도 그 아이들처럼 다리가 부러져 두 달이나 깁스를 했었지 이후론 나도 짐짓 포기한 지 오래였다.



 


라이프 스타일 정돈 남자답게 서로 이해할 건 이해하고, 타협할 건 타협해야지. 쩨쩨하게 굴지마 임마! 그보단 X하고 나, 언제쯤 자리를 만들어 볼 생각이신지? 흐흐흣



 


비록 사심이 담뿍 묻어있다 하나 이런 식의 훈계를, 그것도 B에게 듣는 것은 나로서도 꽤나 굴욕적인 일이었다.


제 아무리 뜨뜨미지근한 성격의 나라도 이런 땐 본때를 보여 주고 싶게 마련이다.


나는 즉시 B를 데리고 냉장고 앞으로 갔다.



 


열어봐.”


?”


뭐긴 뭐야 냉장고지...”


? 안에 술취해서 오바이트라도 해놨어? 어쩜 남자답기도 하지!”



 


오바이트와 남자다움의 상관관계가 무엇인지 나는 언뜻 떠올릴 수 없었다. 하지만 B는 안에 든 것이 무엇이든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먹어보고야 말겠다는 애틋한 눈빛으로 손잡이를 잡아 당겼다.



 


아우 냄새...”



 


문을 열자마자 냉기에 섞여 쏟아지기 시작한 악취, 그 이루 형용할 수 없는 격렬한 후각의 고통엔 악취미의 B도 당해낼 수 없는지 코를 감싸쥔 채 물었다.



 


똥 쌌냐?”


차라리 똥을 쌌으면... 내가 치웠지. 걍 뒀겠냐?”


하긴... 전에도 내가 술 취해서 설사병 걸렸을 때, 니가 발가벗겨서 다 닦아 놨었지. 구석구석 깨끗이! 사랑한다 친구야. 욕실에 그냥 버려놨으면 나 그 겨울에 입 돌아갔을 거야. 내 입술에 니 지분 인정! 이따 가기 전에 뽀뽀 한 번 해줄테니 양치하고 가글 잊지마라!”


“[전에도] 보단, [전에도 몇 번]이 정확한 표현이라 생각하지만 눈깔이 두 개 다 멀쩡하면 추억보단 현실을 직시하는게 좋지 않겠냐?”


냉정한 새끼... 홀딱 벗은 매혹적인 몸매의 섹시 폭탄을 해체만 하고 터트리지 않은걸로 봐선 넌 고자가 99.99% 확실하지만 일단은 네 의견을 겸허히 수용토록하마.”


망할... 고자? 그럼 나머지 0.01%는 뭔데?”


니가 게이일 가능성.”


그건 왜 그거 밖에 안되는데?”


니가 지금 동거중인 우리 그이와의 관계에 선입견을 가지고 싶지 않다고나 할까? X 이따 오는거지?”



 


모태 신앙은 물론 모태 오지랖에 모태 솔로까지 보유한 모태 삼연벙 B는 연신 김칫국을 사발째 드링킹 했지만 이 뜻밖의 만찬은 그리 길게 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닥치고 그 안에 있는거나 꺼내봐.”


? 이 김치통?”


그래!”


이게 뭐? 어차피 이거 진짜 사람 머리도 아니잖아.”


그럼 야채칸에 있는 것도 꺼내봐


왠 족발? 발톱에 메니큐어 칠해놨네? 발목도 나보다 얇고...”


냉동실은 한 술 더 떠...”


어디보자... 곱창을 하나 가득 얼려놨네. 머리도 하나 더 있고, ! 이 비닐 봉다리에 있는 거 전부 다 손가락이야? 백개도 넘겠는데?”


뭐 느끼는 거 없어?”


있지... 안타깝다. 우리 X, 분장, 특수효과 그런 쪽 스탭들은 처우가 열악하다던데, 그러니까 이런 구리구리한 집에 얹혀 사는거 아냐? 돈이냐... 사랑이냐. 갈등된다 갈등 돼. 알지? 내가 워낙 귀하게 자라다 보니 험한 일 못하는 거.”


 


 

1-2.jpg



    ※ 등장하는 모든 사진, 인물, 이름, 지명, 배경은 사실과 무관합니다.



 


막막함이 밀려왔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갑갑했다. 내 친구 아이는 돌아이일 뿐 아니라 눈치따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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